
전세 계약이 끝나면 집주인이 도배비, 장판 교체비, 청소비 등을 이유로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주인은 “처음 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세입자는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낡은 것까지 왜 부담해야 하느냐”고 반박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집주인이 모든 수리비를 전세보증금에서 마음대로 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입자의 고의나 과실로 발생한 손상이라면 원상복구비를 부담할 수 있지만, 정상적으로 거주하면서 발생한 자연적인 마모와 노후화는 원칙적으로 집주인이 부담합니다.
전세보증금에서 수리비를 공제할 수 있는 경우
전세보증금은 단순히 집주인이 보관하는 돈이 아니라 임대차계약에서 발생하는 세입자의 채무를 담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 종료 시 다음과 같은 비용이 남아 있다면 집주인이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 미납 월세 또는 차임
- 세입자가 부담하기로 한 미납 관리비
- 세입자의 고의나 과실로 발생한 시설물 파손 비용
- 계약에 따라 세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원상복구비
- 분실한 열쇠나 출입카드 등의 재발급 비용
다만 공제할 수 있다는 것과 집주인이 원하는 금액을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집주인은 어떤 부분이 훼손되었는지, 그 훼손이 세입자의 책임으로 발생했는지, 실제 복구에 얼마가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상복구 의무는 어디까지일까?
민법상 세입자는 임대차가 종료되면 집을 반환해야 하며, 세입자의 책임으로 변경하거나 훼손한 부분이 있다면 원상복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원상복구는 반드시 집을 새집 상태로 만들어 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는 다음 사항을 종합해 원상복구 범위를 판단합니다.
- 입주 당시 집의 상태
- 건물과 시설물의 사용 연수
- 실제 거주 기간
- 손상이 발생한 원인
- 정상적인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인지
- 계약서에 별도의 특약이 있는지
- 세입자가 직접 구조나 시설을 변경했는지
결국 세입자가 입주했을 때 이미 낡아 있던 부분이나 이전 세입자가 변경한 부분까지 현재 세입자가 모두 복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적인 마모와 세입자 과실의 차이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해당 손상이 정상적인 생활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세입자의 부주의나 비정상적인 사용으로 발생한 것인지입니다.
| 구분 | 대표적인 사례 | 일반적인 부담 주체 |
|---|---|---|
| 햇빛과 시간 경과로 인한 벽지 변색 | 자연적인 노후화 | 집주인 |
| 오래 사용한 장판의 색 바램과 눌림 | 정상적인 사용 흔적 | 집주인 |
| 설비의 사용연수 경과로 인한 고장 | 시설물 노후화 | 집주인 |
| 오래된 실리콘과 줄눈의 변색 | 자연적인 마모 | 집주인 |
| 벽에 생긴 소수의 작은 못 자국 | 규모와 계약 내용에 따라 판단 | 개별 판단 |
| 반려동물이 긁어 훼손한 문과 바닥 | 세입자 관리 책임 | 세입자 |
| 흡연으로 벽지에 심한 변색과 냄새가 남은 경우 | 통상적인 사용 범위 초과 | 세입자 |
| 세입자 부주의로 발생한 누수 | 세입자의 과실 | 세입자 |
| 문, 유리, 가구 등을 파손한 경우 | 세입자의 고의·과실 | 세입자 |
| 허락 없이 벽이나 구조를 변경한 경우 | 무단 시설 변경 | 세입자 |
같은 얼룩이나 흠집이라도 거주 기간, 집의 연식, 입주 당시 상태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벽지가 낡으면 세입자가 도배비를 부담해야 할까?
벽지는 시간이 지나면 햇빛과 습도, 생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색됩니다.
입주한 지 여러 해가 지났고 벽지 전체가 고르게 바래거나 접착력이 약해진 정도라면 일반적인 노후화로 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경우 전체 도배비를 세입자에게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다음과 같은 손상은 세입자가 부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벽지에 낙서하거나 페인트를 칠한 경우
- 반려동물이 벽지를 넓게 긁어 놓은 경우
- 흡연으로 심한 타르 자국과 냄새가 남은 경우
- 가구나 물건을 부주의하게 옮기면서 벽지를 크게 찢은 경우
- 환기나 관리 소홀로 곰팡이 피해가 커진 경우
곰팡이는 원인에 따라 책임이 달라집니다.
건물 자체의 단열 불량이나 누수로 발생한 곰팡이라면 집주인의 수선 책임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결로가 반복되는데도 환기하지 않거나 물기를 장기간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면 세입자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판과 바닥 교체비는 누가 부담할까?
장판과 마루 역시 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눌리거나 색이 바랠 수 있습니다. 가구를 정상적으로 배치하면서 생긴 가벼운 눌림이나 생활 흠집까지 무조건 세입자의 책임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세입자가 수리비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 무거운 물건을 끌어 바닥이 깊게 파인 경우
- 반려동물의 배설물로 장판이 심하게 변색된 경우
- 담뱃불이나 뜨거운 물건으로 바닥을 태운 경우
- 물을 장시간 방치해 마루가 들뜨거나 썩은 경우
- 접착제나 페인트를 사용해 제거하기 어려운 흔적을 남긴 경우
수리비가 인정되더라도 오래된 바닥 전체를 새 제품으로 교체한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부 부담시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세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은 실제로 발생한 손해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합리적인 비용이지, 집주인의 전체 인테리어 개선 비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퇴거 청소비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을까?
세입자는 집을 비우면서 개인 물건과 쓰레기를 치우고 통상적인 수준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받기 위해 실시하는 전문 입주청소 비용까지 당연히 이전 세입자가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정도라면 전문 청소비가 세입자 책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음식물과 생활 쓰레기를 대량으로 남긴 경우
- 기름때와 오염이 통상적인 청소로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
- 반려동물의 배설물이나 심한 냄새가 남은 경우
- 오랜 기간 청소하지 않아 특수청소가 필요한 경우
- 흡연으로 벽과 천장에 심한 오염이 생긴 경우
계약서에 퇴거 청소비 특약이 있다면 특약의 문구도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청소비 특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상태와 관계없이 집주인이 임의로 큰 금액을 공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액 청소비인지, 실제 발생한 비용인지, 특약이 충분히 설명됐는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계약서에 ‘원상복구한다’는 특약이 있는 경우
전세계약서에 “임차인은 퇴거 시 원상복구한다”는 문구가 자주 들어갑니다.
이러한 문구가 있더라도 자연적인 노후화까지 전부 세입자가 부담한다는 뜻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원상복구 특약은 세입자가 직접 변경하거나 훼손한 부분을 복구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벽지와 장판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비용을 모두 세입자에게 부담시키려면 특약의 내용과 입주 당시 상태 등이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합니다.
반려동물, 실내 흡연, 벽걸이TV 설치, 인테리어 변경 등에 관한 별도의 특약이 있다면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계약서를 확인해야 합니다.
오래된 시설을 새것으로 교체한 비용을 전부 내야 할까?
집주인이 수리 과정에서 오래된 벽지나 장판, 가전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세입자의 잘못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새 제품 교체비 전액이 반드시 세입자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미 상당 기간 사용한 장판의 일부를 세입자가 훼손했는데 집주인이 집 전체의 장판을 고급 제품으로 교체했다면 다음 사항을 따져봐야 합니다.
- 부분 수리가 불가능했는지
- 기존 장판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 기존 장판의 상태와 가치가 어느 정도였는지
- 같은 수준의 제품으로 교체했는지
- 교체 범위가 실제 훼손 범위를 크게 초과하지 않는지
- 견적과 실제 결제 금액이 일치하는지
원상복구는 집주인에게 이전보다 더 좋은 상태의 집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 손상 범위와 기존 시설의 노후도를 반영한 합리적인 금액이어야 합니다.
집주인이 소액 수리비를 이유로 보증금 전액을 안 주는 경우
원상복구가 일부 필요하더라도 수리비와 비교해 지나치게 큰 보증금 전체를 계속 돌려주지 않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수십만 원 정도의 수리비가 문제인데 억 단위 보증금 전액을 반환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집주인은 합리적으로 산정된 수리비를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이 원칙에 가깝습니다. 세입자는 다툼이 없는 범위의 보증금부터 즉시 반환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수리를 실제로 진행하지 않고 장기간 보증금을 보류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원상복구 때문에 집을 사용하지 못한 기간의 손해는 통상적으로 복구할 수 있었던 합리적인 기간을 기준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제시해야 하는 자료
집주인이 수리비를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고 한다면 세입자는 다음 자료를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 훼손된 부분의 사진과 동영상
- 입주 당시와 퇴거 당시 상태를 비교할 수 있는 자료
- 수리업체의 항목별 견적서
- 실제 수리를 진행했다면 영수증과 결제 내역
- 부분 수리가 아닌 전체 교체가 필요한 이유
- 세입자의 책임이라고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
단순히 “도배비 100만 원”, “청소비 50만 원”처럼 총액만 통보받았다면 세부 내역을 요청해야 합니다.
견적이 지나치게 높아 보인다면 동일한 범위의 수리에 대해 다른 업체의 견적을 받아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세입자가 입주할 때 남겨야 하는 자료
원상복구 분쟁은 입주 당시 상태를 증명할 자료가 없어서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주하는 날에는 집 전체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다음 부분은 가까이에서 촬영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 벽지의 얼룩과 찢어진 부분
- 장판과 마루의 흠집
- 창문과 방충망의 파손
- 싱크대와 붙박이장의 손상
- 화장실 타일과 세면대의 균열
- 곰팡이와 누수 흔적
- 에어컨, 보일러 등 옵션 시설의 작동 상태
- 현관문과 방문의 흠집
기존 하자를 발견했다면 사진만 보관하지 말고 문자나 메신저로 집주인 또는 중개사에게 알려 기록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퇴거할 때 확인해야 할 사항
퇴거 직전에도 집 전체를 연속된 동영상으로 촬영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집주인이나 관리인과 함께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는 부분과 수리가 필요한 부분을 문서나 문자로 정리해야 합니다.
열쇠를 돌려주기 전에 다음 사항도 확인해야 합니다.
- 개인 물건과 쓰레기를 모두 반출했는지
- 수도와 전기, 가스 사용량을 확인했는지
- 관리비 정산을 마쳤는지
- 열쇠와 출입카드, 리모컨을 모두 반환했는지
- 집주인이 문제 삼는 부분을 사진으로 남겼는지
- 보증금 반환일과 공제 예정 금액을 확인했는지
집주인이 현장에서 “문제없다”고 했다면 문자로 다시 확인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보증금 공제에 동의할 수 없다면
집주인이 과도한 수리비를 요구한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항목별로 반박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계약서와 특약을 확인합니다.
- 입주 전후의 사진과 동영상을 비교합니다.
- 자연적인 노후화인지 세입자 과실인지 구분합니다.
- 집주인에게 항목별 견적서와 증빙자료를 요청합니다.
- 책임이 인정되는 금액과 인정하기 어려운 금액을 구분해 전달합니다.
- 다툼이 없는 보증금은 먼저 반환하라고 요구합니다.
- 해결되지 않으면 내용증명을 발송합니다.
-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이나 지급명령, 보증금반환소송을 검토합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해야 한다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임차권등기명령이 필요한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집주인에게 보낼 수 있는 문구
집주인이 구체적인 증빙 없이 수리비를 공제하겠다고 통보했다면 다음과 같이 전달할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원상복구비와 관련하여 훼손 부위의 사진, 입주 당시 상태와의 비교 자료, 항목별 수리 견적서 및 비용 산정 근거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정상적인 사용으로 발생한 노후화와 자연 마모에 해당하는 부분은 임차인이 부담하기 어렵습니다. 임차인 책임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합리적인 금액은 협의하겠으나, 다툼이 없는 나머지 보증금은 우선 반환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리
세입자는 자신이 고의나 과실로 훼손한 부분을 복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생활하면서 생긴 벽지 변색, 장판의 자연스러운 마모, 오래된 설비의 고장까지 모두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에서 수리비를 공제하려면 손상의 내용과 세입자의 책임, 실제 필요한 복구 비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세입자도 입주 당시와 퇴거 당시의 상태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겨야 분쟁이 생겼을 때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원상복구는 낡은 집을 새집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의 책임으로 발생한 실제 손해를 합리적인 범위에서 회복하는 절차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